아빠에게.

아빠가 처음 숟가락을 떨어뜨린 날을 기억해요.
국물이 바지에 쏟아졌죠.
아빠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작아 보여서 저는 화장실에 가서 울었어요.

작업치료 선생님이 굵은 손잡이 숟가락을 권했어요.
아빠는 처음엔 싫다고 했죠.
"애들 숟가락 같잖아."
그래도 매일 저녁, 콩 열 알 옮기기를 했어요.
접시에서 접시로.
처음엔 한 알도 못 옮겼어요.

일주일 지나 두 알.
한 달 지나 다섯 알.
어떤 날은 다시 한 알.
아빠는 그런 날 숟가락을 던지기도 했어요.
그래도 다음 날 또 식탁에 앉았어요.

석 달째 되던 날.
아빠가 오른손으로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어요.
절반은 흘렸어요.
그래도 아빠가 말했어요.
"맛있다."
엄마도 저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했어요.

아빠, 아직 젓가락은 어렵죠.
괜찮아요.
아빠가 흘린 밥알은 제가 치울게요.
아빠는 그냥 내일도 숟가락만 들어 주세요.

사랑해요.

오늘 저녁, 숟가락 한 번 더 들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회복 속도와 정도는 개인차가 크며, 보조도구 선택과 연습은 의료진·작업치료사와 상의하세요.

창작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