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왼손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감각도 무뎌지고, 쥐는 것은 간신히 흉내를 내도 쫙 펴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화가 나서 울기도 하고, 차라리 이대로 눈을 감고 싶었던 적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병동 복도를 지나치며 만난 한 치료사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환우분, 오늘 안 펴진다고 내일도 안 펴지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1밀리미터 움직였지만, 내일은 2밀리미터가 될 수 있어요."

그날부터 나는 왼손을 원망하는 대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주먹을 쥐고 펴는 연습을 수백 번씩 반복했다. 손가락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굳어버린 근육과 대화하듯 매달렸다. 며칠이 지나자 손가락 마디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티도 안 나는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내겐 세상 무엇보다 눈부신 빛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승리한 것이다. 내 안의 가능성을 믿고 다시 한번 주먹을 쥐어 보자